태그 : 책

2009/12/25   인터넷에서 얻는 정보의 가치 [4]
2009/12/10   저임금 노동의 이중성 [1]
2009/11/23   허망함의 대가, 이안 뱅크스 [2]
2009/10/21   투기디데스는 진실을 말했나

인터넷에서 얻는 정보의 가치

지나가다 보니 한 블로그에서는 다음뷰를 구독하기 시작하면 책을 읽을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그 글의 요지는 충분히 이해가 간다. 다음뷰에 워낙 다양한 글들이 있다는 뜻이겠지. 또한, 그 필자의 말을 문자 그대로 해석한다면, 성서 근본주의자들만큼이나 어리석은 자가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로그나 인터넷만 가지고 지식을 습득하고, 정보를 얻으려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 같아서, 걱정되어 한 마디 하고 싶다. 그럼에도 책을 읽어야 한다고.

가령, 최근 노무현 정부의 공과에 대한 논쟁이 이글루스 내에서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데, 그 와중에 아주 자주 벌어지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서로 가지고 있는 지식이 너무 다르다는 점이다. 몇몇 분을 제외하면, 논쟁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참여정부의 공과를, 다른 블로거의 글이나, 과거의 기사, 혹은 어렴풋한 기억만으로 평가하곤 한다. 물론, 인터넷 자료로도 훌륭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가령, 이정환 닷컴의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7가지의 의혹이란 기사를 보자. 참여정부 최초의 대규모 외국자본 투자였던 론스타가 어떤 식으로 이루어졌는지, 뭐가 문제였는지를 꽤나 상세하게 알 수 있다. 하지만, 이 자료 하나가 참여정부가 전체적으로 어땠는지, 어떤 성격이었는지를 말해주지는 않는다. 인터넷에 흩어진 자료들을 모아서,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전문적인 연구자의 수준에 오른 사람이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참여정부에 대해서 알고 싶다면 책을 봐야 한다. 인터넷에 펼쳐진 논쟁들에, 그런 종합적인 이해가 없이 끼어들게 되면, 결국 감정소모 밖에 안된다.

참여정부에 대한 평가나 회고서는 많이 나와 있다. 친노 진영에서 쓴 것도 있고, 반대 진영에서 쓴 것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추천하고 싶은 책은 경향신문에서 내놓은 "민주화 20년의 열망과 절망"이라는 책이다. 참여정부 뿐만 아니라 개혁 세력 10년 동안의 과오에 대한 기사를 모아서 내놓은 책이다. 이 책으로 세밀한 것을 전부 알 수는 없을테지만, 적어도 지난 세력이 실제로 어땠는지 이해할 수 있는 개론서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책을 읽는 건 블로거의 글을 읽는 것보다는 어렵고, "비싸다." 공짜가 아니다. 우리는 인터넷 덕에 너무 많은 것들을 공짜로 제공받는다. 그래서, 치열해야 할 부분에서도 아무런 노력 없이 남들의 글이나 댓글에 숟가락 하나 더 얹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때로는, 그런 그들을 마타도어라고 그냥 비웃기도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사실은 세상에 공짜는 없다. 뭔가 말하고 싶다면, 뭔가 알아야 하고, 뭔가 제대로 알기 위해서, 돈이든 시간인든 투자해야 한다.
by corwin | 2009/12/25 09:16 | 트랙백 | 덧글(4)

저임금 노동의 이중성

1. Children's Exodus
2. The Travels of a T-Shirt in the Global Economy: An Economist Examines the Markets, Power, and Politics of World Trade

1은 하워드 진의 미국민중사에 한 부분이고, 2는 티셔츠 한 장의 제작과 소비를 추적하여 전세계가 자본주의로 어떻게 연결되었는가를 파고든 책이다. 난 둘 다 아주 훌륭한 책이라고 생각하는데, 둘 다 읽어야 더 좋다고 본다. 왜냐면, 우리가 사는 세상의 양면을 다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의류산업은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저임금의 노동력만 가지고 있는 후발주자들이 선택하는, 아니 선택해야 하는 산업이다. 그건 일본, 한국, 중국만 그런게 아니고, 영국과 미국에서도 그랬다. 증기기관 같은게 왜 나왔는지 생각해보자. 영국에서 의류 산업이 발전하면서, 공장이 생기고, 공장을 보다 효율적으로 돌리기 위해서 생긴 것이 바로 증기기관이다. 그 때의 영국 상황은 BBC 드라마 North & South 같은걸 보면 잘 나온다. 하여간, 그렇게 산업이 발전하다가, 보다 싼 인건비를 찾아서 미국으로 오게 된다. 미국의 이민자들을 이용한 의류 산업은, 곧 다시 일본으로 이동하고, 다시 한국으로, 다시 중국으로 이동해 갔다. 각국은 의류산업체에서 번 돈으로 자본을 쌓고, 기술을 개발하여 말 그대로 선진국에 대열에 들어서게 되었다.

하워드 진의 책에선 그 산업 발전 기간 동안에 발생한 자본의 폭력에 대해서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리고, 생존권을 확보하기 위해서 노동자들이 어떻게 연대하고, 승리하여, 무엇을 얻어냈는지를, 그리고, 대부분은 어떻게 패배하여,죽어갔는가를. 읽다가 보면 피가 끓게 하는 책이다.

하지만, 티셔츠의 여행에서는 다른 면을 본다. 중국의 현재 공장 노동자들은 미국의 그 때 상황보다는 낫지만, 여전히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지방에서 대도시로 일하러 나온 민공들은 같은 중국인들에게도 차별 받으면서 일하고 있는 현실이 이 책에서도 그려진다. 하지만, 저자가 만난 노동자들은 말한다. 그래도, 그들이 떠나온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 보다는 훨씬 낫다고. 대부분이 여자들인 그들은, 고향의 시골에서는 그 보다도 처참한 생활을 하고 있다. 하지만, 공장에서는, 그들은 적어도 돈을 조금씩이라도 모을 수 있고, 노력하면 대도시에서 교육을 통해 좀 더 나은 직장으로 옮길 수도 있다. 즉, 착취를 일삼는 공장도, 그녀들에게는 전근대적인, 구시대적인 삶을 강요하는 시골에서 탈출하는 유일한 기회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공장은 싼 노동력을 찾아 전세계를 누비는 자본의 힘에 의해서, 중국정부에 의해서가 아니라, 만들어진 것이다. 그리고, 그 자본은 보다 싼 물품을 구매하길 원하는 소비자들의 행동에 민감할 뿐이다.

바로 여기에 어려움이 있다. 저임금을 추구하는 자본 때문에 경제는 발전했고, 노동자들은 더 나은 삶을 얻었다. 그들의 인권을 생각해주는 "우리"가 아니라, 그들이 만들어내는 저렴한 제품을 선호하는 "우리"가 그들을 그렇게 만든 것이다.
by corwin | 2009/12/10 15:36 | 트랙백 | 핑백(1) | 덧글(1)

허망함의 대가, 이안 뱅크스

제목이 왠지 그럴듯한 이안 뱅크스의 "플레바스를 생각하라"는 그의 SF 시리즈 "컬쳐"의 첫 장편이다. 그 후로 여러 편의 이야기를 썼는데, 르귄의 "헤인"시리즈 처럼 먼 미래의 우주를 배경으로 다양한 종족들이 등장하곤 한다. 시리즈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도 있는 "컬쳐"는 지구인들이 우주로 진출하면서 세운 연합체, 혹은 국가인데, 첫 느낌은 "아브"를 떠올리게도 한다. 하지만, 영국의 SF는 일본식과도 다르고, 미국식과도 다른 것이, 미래의 인간들이 인간의 형태로 남아 있는 경우가 별로 없다. 닥터 WHO를 본 사람은 좀 알겠지만, 인간의 모습이 먼 미래에도 똑 같이 존재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편견. 이안 뱅크스는 그걸 철저히 적용한다. 물론, 인간의 모습을 한 캐릭터들도 꽤나 많이 등장하지만, 여러가지 사정으로 다양한 모습을 가진, 마치 총몽의 로봇들의 좀 더 기괴해진 버전을 생각해보면 적당하겠다, 캐릭터들도 많이 등장한다. 하여간, 뱅크스는 좀 특이하긴 하다.

컬쳐가 왜 아브랑 비슷한 느낌인가. 컬쳐는 아브와 비슷하게도 사사로운 정 따위는 무시한다. 우주의 정의, 평화, 그리고, 균형 따위가 그들에겐 매우 중요한 가치이고, 이를 지키기 위해서 노력한다. 컬쳐 또한 고도로 발달한 과학을 바탕으로 사실상의 영생이 가능하다. 모습을 바꾸는 것도 쉬운 일이라 외면의 아름다움은 문제가 안된다. 거의 모든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것도 비슷하다. 하지만, 비슷한 것은 거기에서 그친다. 일단, 아브식의 왕정체제 따위는 없다. 좀 더 복잡한 형태를 가진다. 그리고, 대개의 경우 컬쳐에 소속된 개개인의 인권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컬쳐는 사실상 인간이 지배하는 국가라기 보다는 AI와의 협력을 통해서 지배하는 국가, 연합체라는 점이다. 컬쳐는 뛰어난 과학으로 새로운 종족이라고 할 수 있는, 터미네이터의 세계관처럼 기계가 기계를 재창조해 낼 수 있는 능력을 가졌으므로, AI를 탄생시킨다. 그리고, 파이브 스타 스토리즈의 파티마와 비슷하게 컬쳐는 그 AI와 협력하여 그들의 일을 수행한다. 그 AI들이 말 그대로 기계의 형태를 하고 있다는 것에 많은 사람들은 역시 양놈들 센스라며 혀를 찰지도 모르지만(AI로 늘씬한 미녀와 미남들을 만들어낸 FFS의 세계를 떠올려보라.)

이 정도 설정으로 이미 충분히 매력적인데도, 뱅크스는 한 발 더 나아간다. 르귄이 인류학의 성과를 SF에 적용하여 아름다운, 그리고 서정적인 세계와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면, 뱅크스는, 말벌 공장에서 이미 눈치 챈 사람이 많을 테지만, 매우 악랄하게 인류학의 성과를 소설에 적용한다. 플레바스를 생각하라에서 호르자가 식인 무리들에게 잡혀서 겪는 고통은 그걸 명확하게 대변한다. 그에겐 자비란 없다.또한, 그가 만들어 내는 스페이스 콜로니나 우주 정거장 같은 것도 독특한 경지에 이르렀다. 그의 상상력은 건담에 나오는 콜로니에 머물지 않고, 그가 만들어낸 세계는 라마류의 신비함마져 가지고 있다. 어쨌든, 그가 만들어내는 공간은 진정 새로운 세계처럼 느껴진다. 톨킨도 그것에 불만을 품지는 못할 정도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세계를 구성하려는 그런 부단하고, 대단한 노력 탓인지, 플롯 자체는 조금은 맥이 빠질 정도다. 그는 뭔가 말하고 싶어한다. "플레바스를 생각하라"에서는 아마도, 대의명분의 허망함 따위를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플레바스를 생각하라의 호르자의 고난과 죽음은 매우 허망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그것이 뱅크스가 원하는 것이라면 따라야 하겠지. 그런데, "MATTER"도 왠지 그런 분위기가 나서 불안하다. 수 억광년을 날아가서, 고생하다, 죽었어요. 인생이 원래 그런것 아닌가요, 전쟁이 원래 그런거 아닌가요라고 말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말이다.
by corwin | 2009/11/23 13:49 | 트랙백 | 덧글(2)

투기디데스는 진실을 말했나

투기디데스는 진실을 말했나.

투기디데스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역사를 서술했기 때문에 객관적이고 정확한 역사를 서술했다고 볼 수 없다고 본, 케이건은 자신이 새로 역사를 서술했지만, 그 역시 아테네의 학살 장면을 의도적으로 회피하여 객관적인 역사 서술에 실패했다. 사실 도널드 케이건은 네오콘의 정신적 스승이라고 불리우는 인물이다. 그러나, 이런 것은 당연한 것이다. 세상에 완전히 객관적인 사람은 없다.Everyone is ,in fact, partisan. 따라서, 객관적인 것 같은 역사를 들여다 볼 때도 늘 그 점을 유의하여 살펴 봐야 한다.
by corwin | 2009/10/21 03:08 | 트랙백 | 덧글(0)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