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 실신

2009/06/24   새로운 경험 [1]

새로운 경험

살아오면서 경험 해본 것이라는 목록이 있다면 오늘 하나를 추가할 수 있게 되었다.

실신. 혹은 기절.

화장실에서 뭔가 어지럽고 심장이 목구멍으로 튀어나올 정도로 빠르게 뛰고 있다고 생각한 순간...이 지나고 잠시 후에 눈을 떠보니 나는 우리 집 화장실을 매우 생소한 각도로 쳐다보고 있었다. 화장실에 누워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몸을 일으켰을 때 가장 처음 든 생각은 내가 얼마나 오래 쓰러져 있었을까 하는 것이었다. 밖으로 나와 S에게 내가 화장실에 얼마나 오래 있었냐고 묻자, 1분도 안됐다고 한다. 1분. 혹은 30초. 아니, 혹은 10초도 안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내가 어떻게 쓰러졌는지에 대한 기억이 없다. 쓰러지면서 머리를 변기 모서리 같은 곳에 부딪쳤다면 어떻게 됐을까? 어쩌면, 지난 몇일과는 다르게 장례식에서 조연이 아닌 주연으로 출연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멀다면 멀고, 가깝다면 가까운 분이 지난 주에 돌아가셨다. 혈연이 아니라는 점과 백수라는 이유 덕에 나는 장례식장에서 생업에 바쁜 사람들은 할 수 없는 일들을 할 수 있었다. 그 동안 아무 할일도 없어서 약간은 지루했던 탓도 있어서, 나는 그 일에 괜히 열심이었다. 군말 없이 일한 이유는 다른 도의적, 윤리적 것도 있었지만, 정말 열심히 일한 까닭은 아마 그 이유일 것 같다. 뭔가 열중할 일, 그것이 필요했던 것이다. 더구나, 장례식의 처음부터 끝을 전부 경험하는 일은 처음이기도 했다. 뭐, 하여간 그런 저런 이유로 과로라면 과로를 했고, 오늘의 기절은 그 과로의 잔재라고 볼 수 있다. 아마도, 너무 오랜 시간 동안 너무 편하게 지내서 그 정도의 업무를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아닐까.

장례식에 대해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너무 여러가지라 바로 쓰기는 조금 어렵다. 하지만, 정리하는 의미에서라도 뭔가 남기고는 싶은 생각은 든다. 뭐 언젠가는 쓰겠지. 심심하면 말이지.

by corwin | 2009/06/24 02:52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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