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세대의 많은 무협지 팬들이 그러했듯이 나도 무협지를 김용의 사조영웅전으로 시작했었다. 고려원에서 나온 영웅문1부를 시작으로 구할 수 있었던 김용의 작품이라면 닥치는대로 읽었었다. 그 당시에는 도서대여점은 커녕, 변변한 지역 도서관도 없던 시절이었는데, 그래서, 소위 이동도서관이라는 곳을 통해서 책을 빌려 읽어야만 했다. 이동도서관은 두 가지 종류가 있었는데, 하나는 구나 동에서 운영하는 이동도서관이었고, 다른 하나는 지금의 대여점처럼 개인이 운영하는 것이었는데 출생성분이 미천했던 무협지는 주로 두 번째의 이동도서관에서 빌려봐야 했다. 일주일에 두 번씩 책을 가득실은 봉고차가 동네에 찾아왔었고, 600원인가하는 돈을 내고 나는책을 빌려 볼 수 있었다. 한 달 용돈이 몇 천원이나 됐을까하는 시절에도 불구하고, 나는 꾸준히 빌려서 김용의 거의 모든 소설을 읽어볼 수가 있었던 것이다. 집이 꽤나 부유했던 동급생 중 하나는 영웅문 1,2,3부를 전부 구비하고 있었는데, 나는 늘 그것이 부러웠었던 것도 기억난다. 그 후로도 가끔 생각이 날 때마다 찾아서 다시 읽고는 했는데, 그 중에서도 [소오강호]를 가장 좋아한다.
그런데, 최근 몇일 전에도 갑자기 김용의 소설들이, 그 중에서도 소오강호가, 읽고 싶어져서 관악도서관을 뒤져보니 이럴 수가 소오강호가 있긴 있는데 북경서점에서 나온 중국어판만 있는 것이 아닌가. 좌절한 상태로 동네 책방을 가보니, 이럴수가. 김용 책은 없고 환협지들만 잔뜩이지 않은가. 이건 뭔가. 요즘 친구들은 김용의 위대함을 알지도 못한체, 이런 씌레기들만 읽는단 말인가. 허탈해지는 순간이었다. 어디가서 김용책을 구해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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