팅커, 테일러, 솔져, 스파이

팅커, 테일러, 솔져, 스파이

어렸을 때 우리집은 그다지 풍족한 형편은 아니었지만, 어머니는 책을 좋아하는 나를 생각해서-혹은, 일종의 저렴한 사교육이었는지도 모른다-어깨동무라는 일종의 소년잡지를 매달 사주셨다. 대부분 별볼일 없는 기사들로 가득차 있었지만, 어느 때인가부터 꽤나 생소한 이야기가 연재되었었다. 그것이 바로 "추운나라에서 온 스파이"였다. 사실, 재미가 있었는지도, 내용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단지, 이런 풍의 이야기가 있을 수 있구나 하는 생소한 느낌을 받았던 것과 작가가 존 르 카레라는 이름이었다는 것 정도만 기억이 난다. 그리고, 나는 한 동안 그를 잊었다. 그리고, 얼마전에 우연히 Tinker, Tailor, Soldier, Spy를 알게 되었고, 이 작가가 바로 옛날에 그 작가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리고, 이 작가가 거장이라는 사실을 방금 완독하고 깨닫게 되었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이런 류의 작품을 애들이 읽는 잡지에 실은 이유가 이상하다. 현대 유럽의 역사에 대한 개괄적인 인식이 부족하다면 이해가 안될 부분이 많은 이런 책을 애들이 어떻게 제대로 즐길 수 있단 말인가? 운좋게도 얼마전에 읽은 책 덕분에 주인공들의 심리와 사건의 배경이 쏙쏙 들어와서 더욱더 재미있었던 것 같다. 필립 말로 시리즈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꽤 좋아할 만한 작품인 듯. 주인공도 그렇고, 문체도 챈들러스러운 면이 좀 있기 때문이다.
by corwin | 2009/04/13 22:02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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