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지아-러시아 전쟁

그루지아-러시아 전쟁에 관한 각종 보도나, 관련 글에서 볼 수 있는 두드러지게 볼 수 있는 관점 하나는 그루지아의 전쟁 도발 행위가 그루지아 행정부에 의해 지극히 어리석고, 근시안적으로 행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블로거들도 푸틴의 러시아가 올림픽이고 뭐고 전쟁 시작할 거라는 걸 예측하는데, 그루지아 정부가 그걸 몰랐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된다. 또한, 지난 수 년간 일촉즉발의 긴장상태가 이어진 것을 비추어 볼 때(NYTimes, James, 2번째 문단) 그루지아 정부는 인접 국경의 러시아 군 배치 상황등을 면밀히 조사하고 있었음이 분명하기 때문에 러시아가 신속하게 배치할 능력이 있었다는 것도 충분히 알았을 것이다. 따라서, 어느모로 보나 그루지아측은 러시아가 신속히 개입할 것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았다고 생각하는게 더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 러시아가 올림픽 정신에 충만한 로맨티스트들이 아니라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인데, 올림픽 때문에 우리 공격 안할 줄 알았어요~라고 그루지아측이 생각했다는 건 말이 안된다. 또한,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이 "군사적"으로 지원해줄 수 없으리라는 것도 충분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루지아의 전략적 가치가 아무리 높아도 현대판 크리미아 전쟁을 벌일만한 배짱이나 능력을 가진 나라가 어디 있겠는가.

또한, 전쟁이 벌어졌을 때 그루지아쪽에 승산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 또한 삼척동자도 예측 할 수 있는 사실이기 때문에 그루지아 역시 그걸 몰랐을리가 없다. 그렇다면 그들은 질 전쟁을 왜 시작 했는가? 간단히 말해서 잃을건 별로 없고, 얻을 건 확실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러시아가 개입하더라도 러시아 개입선은 기존의 분쟁지역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상 독립상태에 있는 현재의 분쟁지역을 넘어 그루지아 본토에 러시아군이 진격한다면 이것은 아주 중대한 국제 문제가 될 것이기 때문에 그러한 시도는 러시아가 하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그루지아가 잃을 것이라고는, 사실상 그 동안 골치꺼리이기만 했던 분쟁 지역일 뿐이다. 어차피 지금까지도 그곳은 그루지아 영토로써의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즉, 계륵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올림픽 기간을 고른 것은 무엇보다도 광고 효과 때문이었을 것이다. 평화를 상징하는 올림픽 기간에 발생한 전쟁이라는 이 극명한 대비는 사람들의 시선을 더 강하게 끄는 무언가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루지아 정부는 지난 세월 계속해서 러시아의 사주를 받은 분리주의자들과의 소모적인 전투 속에서 많은 자원을 소비하고 있었다. 이러한 문제는 국제적 관심 속에서 외교적으로 해결 할 수 밖에 없는데 문제는 그동안 그루지아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적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루지아 문제는 세계 정치권의 탑 이슈로 등장했다. 그루지아 시민들의 러시아에 대한 반감이 높은 상황에서 위성국가를 세울 수도 없고, 과거처럼 병탄할 수도 없기 때문에 그루지아는 어떻게 되더라도 민주국가로 남을 수 있을 것이고, 따라서 그루지아는 크게 잃을 것이 없다고 볼 수 있다. 동시에 이 사건을 계기로 서방에 그루지아의 친서방 이미지를 강하게 심어 줄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따른 경제적, 정치적 실리 효과는 이번 사건만 안정적으로 해결된다면 매우 크리라고 예상할 수 있지 않을까.

따라서, 그루지아의 이번 행위는 그렇게 멍청한 행동만은 아니다라고 생각한다. 포연이 가시고, 정확한 전쟁 발발 원인이 밝혀질 때까지 누군가 멍청해서 발생한 전쟁이란 시각은 현실을 이해하는데 장애가 되지 않을까.

참고
Georgia's Risky Move by Dmitri Trenin 비슷한 시각의 다른 글. 세번째 문단의 [Moscow stepped right into the trap Tbilisi had laid for it]에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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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rwin | 2008/08/10 05:57 | 트랙백(1) | 핑백(1)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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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a quarantine.. at 2008/08/11 11:26

제목 : "그렇게 바보일리는 없다"는 가정
그루지아-러시아 전쟁 (corwin)에서 트랙백 밸리에 올라온 이런 이야길 읽고 있으려니 『보물섬』의 작가 로버트 스티븐슨이 자신의 어릴 적을 회상하며 썼다는 동시 한 편이 떠오른다. 아플 적이면 침대에 누워 두 베게 사이에 머리를 묻고 장난감이란 장난감을 양 옆에 늘어놓고 하루종일 행복하게 지냈지. 때로는 한 시간 동안이나 나의 주석 인형들이 행진하는 걸 보곤 해 형형색색의 군복과 무기를 든 채 이불 사이로 언덕을 ......more

Linked at ARE YOU THERE? :.. at 2008/08/14 14:13

... 러시아-그루지야 전쟁 초기그루지아-러시아 전쟁"그렇게 바보일 리는 없다"는 가정 뒤늦게 그루지야 전쟁에 관한 포스팅들을 모아서 정리.나중에 다 읽고 다시 한번 정리. ... more

Commented by 됴취네뷔 at 2008/08/10 09:46
딱히 멍창하다고는 생각 안합니다만.
문제는 단시간에 피해가 너무 발생햇다는 거죠. 그리고 러시아는 전역을 확대하려 자치공화국 3개를 모두 독립시키려하는 의도가 다분합니다.
이러면 아무래도 그루지야가 원하는 방향과는 거리가 발생합니다.
그리고 자치공화국들을 상실하는건 꽤 심각한 문제입니다. 그루지야영토의 30%이상이 이 분쟁지역들이고, 이것들을 잃으면 러시아국경에서 터키국경까지 200km조근넘는 거리밖에 안생깁니다. 이렇게되면 그루지야는 러시아-터키사이의 좀 폭이 넓은 국경에 지나지않게되지요.
만약 정말 이게 계륵인 자치공화국들을 때어서 안정을 꾀함이 목적이라면 조금이나마 있는 군사장비와 훈련된 상비군, 그리고 국민들의 신뢰를 상실하게됩니다.
이런건 나토가 돈을 대줘서 미국제 소총을 사고 헬멧을 사고 프랑스제 경장갑차를 산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닙니다. 8년간의 노력중 얼마나 많은것을 잃을지 예측을 잘못한것 같습니다. 러시아는 그루지야가 긴시간을 통해 모아왔던 그루지야의 군사능력을 박살내버릴 의도가 보입니다.

아무래도 젊은양반이 생각이 다소 부족했다고 할만하지요
어쩌면 미국에게 보증수표라도 받았나 싶지만 그랫다간 막장이죠
Commented by 됴취네뷔 at 2008/08/10 09:46
아 200이아닌 100이군요
Commented by BigTrain at 2008/08/10 09:55
그루지야-러시아 전쟁이 패배로 끝난다면, 미국을 등에 업고 러시아와 대립각을 세워온 샤카쉬빌리의 지도력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되고 NATO 가입도 영원히 물건너 가게 됩니다. 또한 러시아의 영향력이 매우 커지게 될 것이라는 점은 불문가지죠.

샤카쉬빌리가 왜 이런 대도박을 감행했는지는 미스테리입니다만, 하여튼 제 생각엔 그루지야가 잃을 건 많고 얻을 건 없는 상황인데 (자칫 남오세티야가 러시아에 합병이라도 된다면, "사실상 자치지구->남의 땅"이 되는 거죠. 이건 천지차이입니다.) 왜 먼저 도발을 감행했는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Commented by 안기 at 2008/08/10 10:38
아무리 조그마한 땅이라도 영토는 "잃어도 그만~" 수준의 문제가 아닙니다.
아무리 그루지야가 영토분쟁으로 국력의 상당부분을 낭비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말이지요.

그런 잃어도 될만한 영토라는 개념이라면 애시당초 이런 기습공격도 하지는 않았을것 같습니다. 그냥 독립시켰겠죠.
Commented by mooni at 2008/08/10 15:18
극장에 인질극을 벌이면 가스를 주입해주는 극강 포스의 소유자인데,
감히 집 나간 사이에 헛짓을 하니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겠습니까.

러시아의 푸간지님을 짧은 머리로 생각한 그루지아 대통령이 미친 짓을 한 거죠...
Commented by 그람 at 2008/08/11 12:11
올림픽 개막식 중 전쟁을 터뜨린다는건 아무리 봐도 친서방 이미지하고는 멀지요.
Commented by 김영신 at 2008/08/12 00:07
결국은 명분 이겠지요. 지금 흐름은 러시아가 명분을 잃어 가고 있습니다.
이걸 노린거죠. 남오세티아가 러시아로 넘어 가는 것은 러시아의 자원장악이라는 의도가 문제가 되고 러시아의 야욕으로 남오세티아를 이용 했다는 국가적 비난을 받게 됩니다. 그루지아는 이에 대한 약자의 저항으로 국제사회의 동정을 받게 되는 것이고 러시아는 국제사회의 비난 속에 그루지아 국민들의 저항을 받게 되는 겁니다. 러시아는 아프카니스탄전의 악몽을 격을 것 입니다. 그루지아는 산악지형을 이용해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으며 싸우게 되는 겁니다. 전 그루지아가 이긴다고 생각 합니다.
Commented by enod at 2008/08/12 18:48
전쟁은 현실입니다
러시아과 과연 그루지야의 의도를 모르고 침공한 것일까요
우리들의 생각과는 다르게 러시아의 첩보수준은 무시무시한 수준입니다.
그리고 지금 러시아가 노리고 있는 것은 남오세티아의 확보와 나토에 대한 경고의 성격이 강합니다. 특히 남오세티아를 가로지르고 있는 송유관의 확보는 매우 중요한 일이라 할 수 있지요. 미국도 현실적 이익을 위해 이라크를 침공한 것이 아닙니까?
게다가 러시아가 이번에 그루지아를 짓밟아버리면 국제사회의 비난을 들을 수는 있겠지만 그 이상의 페널티는 주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나토군과 유엔 또한 자칫하면 대전쟁으로 벌어질 수 있는 사태에 개입하려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전쟁은 이미 그루지야가 남오세티아에 진입한 순간 러시아의 승리로 끝난겁니다
Commented by reske at 2008/08/14 19:58
그루지야가 잃을것은 있지 않나요? 일단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의 영유권 자체가 이젠 거의 물건너간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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