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으로 튀어! 1 - ![]()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은행나무 |
살면서 왠지 힘들고 지쳐서 기운이 다 빠저버린 저녁에 빼들어서 읽고 나면 다시 힘이 솟는 책들이 있다. "요츠바랑"과 "남쪽으로 튀어!"가 나에겐 그런 책들이다. 요츠바에 대한 애정은 이미 많이 표시했지만, 이 책에 대한 애정은 제대로 정리한 적이 없어 써본다. 소설의 주인공은 초등학교 6학년 우헤하라 지로라는 아이다. 소설은 2부로 나뉘어져 있는데, 1부의 주 내용은 두 가지다. 하나는 시대에 뒤떨어진 운동권 내부의 분쟁이고, 다른 하나는 주인공이 중학생 깡패에게 시달리는 내용이다. 전자를 통해서 목적과 방향을 상실한 운동과 저항이 현대에서는 그져 한 편의 코메디라는 것을 전달하고 있다면, 후자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항하지 않으면 근본적인 것은 아무것도 해결 할 수 없다고 슬며시 이야기 한다. 주인공은 중학생에게 위협당하고 있지만 어른들은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 선생이나 학교의 도움도 아이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진 못한다. 결국 1부의 끝에서 아이들이 스스로 저항한 끝에 그들은 문제를 해결할 수가 있게 되는 것이다. 2부에서는 주인공이 오키나와의 작은 섬으로 이주한 뒤에 벌어지는 일이다. 그곳에서 벌어지는 일은 1부의 갈등에 비해서 좀 더 복잡해진다. 섬의 개발을 노리는 자본과 공권력이 그들의 터전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1부에서의 갈등이 폭력으로(하나는 귀여운 수준의, 또 다른 하나는 비장한 수준의) 해결 될 수도 있었던 것에 비해 2부의 갈등은 그것으로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185cm의 거한에 호쾌한 성격의 지로의 아버지로서도 공권력에는 결국 패배하고 만다. 그리고, 지로의 부모님은 사람들이 살지 않는 오키나와 남쪽의 섬으로 떠나는 것이 끝이다. 이쯤 되면 생각을 해볼 수 밖에 없다. 저항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2부에서 보는 것처럼 저항해봐야 공권력이나 자본을 이길 수는 없다. 어떻게 해야 하나? 나는 아직도 연대를 통해서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믿지만, 운동의 실패를 맛 본 지로의 아버지는 조직과 연대를 불신한다. 그래서, 그는 남쪽으로 간다. 사회를 떠나서. 잘은 모르지만, 연합과 연대를 통해서 뚜렵한 성과를 내본적이 없는 일본의 사정에서는 그의 행동이 설득력이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적어도 4.19나 6.10처럼 뭔가 날짜로 표시되는 기념일을 역사로 가진 한국사회의 일원으로 나는 그런 생각에 완전히 동의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또한 나는 그런 승리를 몸으로 겪어 본적은 없다. 77년생인 나의 삶은 일본인의 삶과 별 다를 것이 없다. 역사 속에 새겨진 승리와 매일 같이 벌어지는 패배 중에서 더 크게 다가오는 건 후자다. 따라서, 나도 늘 남쪽으로 튀고 싶다. 그래서, 이 책을 읽을 때마다 청량감을 느끼게 된다. 아, 남쪽으로 튈 수만 있다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