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조직,생존2

[단상] 조직, 생존.

위에 적었던 프로젝트는 작년말에 끝이 났다. 그런데, 두어 달 전쯤에 그 사업을 둘러싸고 흥미로운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휴대폰 단말기를 개발하게 된 다른 회사 하나가 그 사업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에 대해서 "기술적으로 의문"을 제기했던 것이다.

그들의 의문이 옳은 것인가? 개발한 나에게 묻는다면 나는 그렇다고 대답하겠다. 트랙백한 글을 보면 알겠지만, 이 사업은 애초에 정치적 목적으로 추진된 것이었다. 또한, 이 사업이 사실상 이전 사업들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 중복투자라는 것도 알만한 사람은 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 누구도 쉽게 나서서 지적하기는 힘들다. 한비자가 말했다고 하지 않나. 동냥은 못해줄 망정 쪽박은 깨지 말라고. 대개의 사람들은 "당하면 갚아주기"라는 진화적으로 안정적인 방식으로 삶을 살기 때문인지 남의 일에 그렇게 나서서 지적하고 그렇지는 않는다. 

그런데, 그들은 나서서 의문을 제기했다. 왜냐? 이건 그들의 현재 상황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그들은 3년전에 하나의 프로젝트를 이 회사와 계약했었고, 진행했지만 초기 단계에서 갑의 사정으로 인해 중단된 상태였다. 2007년 중반부터 다시 그 프로젝트가 진행되기 시작했는데, 갑의 담당자는 그 사업을 2007년 말까지(사실상 불가능하다.) 또는, 08년 초까지는 마무리하고 싶은 개인적 야심을 가지고 있었다.(회사라는 곳에서는 야심가지는 사람들 때문에 여럿 다치곤 한다. 소년들이여 야심 따윈 집어쳐라.) 그런 상황에서 내가 만들었던 물건이 그들에게 골치아픈 문제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원래 그들이 개발해야 하는 Module-A가 있다. Module-A는 A 방식으로 전송되는 데이터를 처리한다.
내가 새로 만들었던 방식을 B 방식이라고 하자. B 방식으로 전송되는 데이터를 Module-A는 처리할 수 없다.

자 그럼. 데이터를 꼭 B 방식으로 보냈어야 했는가? 아니다. 왜 그렇게 했는가? A 방식으로 보낸 사업은 이미 있었고, 해서 "새로운 척"하는 사업이 필요한 갑의 담당자가 A 방식을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사정을 잘 모르는 제3의 회사는 기술적인 관점에서 왜 데이터를 B 방식으로 보내야하는지 의문을 제기했던 것이다. 지금이라도 B 방식을 포기하고, A 방식으로 데이터를 보낸다면 시간도 단축할 수 있다. 물론, 기술적으로도 그들의 말이 옳다. 애초에 이건 중복투자라서 있을 필요가 없는 물건이다. 

근데, 이 의문제기 때문에 B 사업의 담당자는 사색이 됐다. 결론적으로 그들의 말이 옳다면 2007년 진행했던 사업은 "돈낭비"가 되는 것 아닌가? 이런 일이 벌어진 걸 "조직"이 알면?

자 그래서 어떻게 됐나... 2달이 지난 지금. 데이터는 여전히 B 방식으로 전송중이다. 논리적으로, 기술적으로, 합리적으로 봤을 때 모두 다 그들의 의문이 옳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런게 조직이고 정치지.
by corwin | 2008/01/09 22:01 | 단상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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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게드 at 2008/01/10 09:47
갑의 정치는 갑의 이야기라고 던지고 있습니다.. 업종 자체가 같은 기본 기술을 살짝 변용하는 수준의 업종이라서말이죠..
94년도 라이브러리에서 함수 4개 추가하고 신규 라이브러리로 팔아먹고 있습니다 orz
Commented by mike at 2008/01/10 13:34
B 의 담당자가 '조직'에서 힘 쓰는 분들과 같이 술 좀 많이 드신(드시는) 분인가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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