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BER CHRONICLES 8 1장 by julian

AMBER CHRONICLES 8 by julian



혼돈의 상징



1

나는 무언가 불안함을 느꼈지만 왜 그런지 알 수가 없었다. 흰 토끼와 버트랜드 러셀을 닮은 작달막한 사내와 웃고 있는 고양이와 내 오랜 친구인 루크 레이너드와 함께 술을 마시는 게 그다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루크는 등뒤의 괴이한 풍경이 벽화에서 현실로 변하는 동안 아이리쉬 발라드를 부르고 있었다. 음, 난 커다란 파란색 애벌레가 거대한 버섯 위에 있는 물 담배를 피우는걸 보고 감동을 – 물 담배의 불이 꺼지지 않게 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기 때문에 - 받았다. 하지만 여전히 뭔가 이상했다. 그건 유쾌한 장면이었고 루크는 때때로 아주 괴상한 친구들이 있는 걸로 알려져 있었다. 그럼 대체 내가 왜 불안한 걸까?
맥주는 맛있었고 공짜 점심까지 있었다. 말뚝에 묶여있는 빨강머리 여인을 고문하는 악마들은 너무나 빛나서 보고 있으니 눈이 아팠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그 모습 전부다 아름다웠다. 루크가 골웨이 베이(Galway Bay)를 부를 때는 너무나 활기차고 아름다워서 그곳에 빠져들고 싶었다. 슬픈 느낌도 들었다.
느낌에 대해서 무언가…그렇다. 웃기는 생각이다. 루크가 슬픈 노래를 부를 때면 나는 울적함을 느꼈고 즐거운 노래를 부를 때면 엄청나게 기분이 좋아졌다. 우리 주변에 비정상적인 양의 공감대가 존재하는 것 같았다. 아무렴 어때, 하고 나는 생각했다. 불 빛은 훌륭했다.
나는 술을 마시며 바 끝 쪽에 있는 안락의자가 흔들거리는걸 보았다. 잠시 동안 나는 내가 언제 여기로 오게 되었는지 기억해보려 했지만 그 실린더는 닿지 않았다. 언젠가는 기억이 나겠지. 멋진 파티로군…
나는 보고 듣고 마시고 느꼈다. 그 모두가 대단했다. 내 주목을 끄는 것들은 모두 화려했다. 내가 루크에게 무언가 물어보려는 게 있었던가? 그랬던 것처럼 보이긴 했지만 그는 노래 부르느라 바빴고 나는 뭘 물어보려 했었는지 생각할 수가 없었다.
내가 여기 오기 전에는 무엇을 하고 있었었지? 기억해내려고 하는 것조차 노력할 가치가 없어 보였다. 지금 여기처럼 모든 것들이 흥미 진진할 때는.
하지만, 그건 무언지 모르게 중요한 것처럼 생각되었다. 그 때문에 내가 불안한 걸까? 혹시 내가 뭔가 마무리 지어야 할 일을 놔두고 와서 다시 돌아가야 하는 걸까?
나는 고양이에게 물어보려고 고개를 돌렸지만 고양이는 무척 즐거워하는 듯 하면서 벌써 사라져 가고 있었다. 그때, 나도 똑같이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걸 문득 깨달았다. 그러니까, 사라지고 나서 다른 곳으로 가는 것 말이다. 내가 여기 그렇게 왔었나? 또 여기서 그렇게 떠나는 건가? 그럴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잔을 내려놓고 눈과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무언가 내 머릿속에서 헤엄쳐 다니는 것 같았다.
나는 갑자기 나의 그림이 생각났다. 아주 큰 카드에. 트럼프다. 그렇다. 나는 여기에 그걸 통해서 오게 되었다. 카드를 통해서…
내 어깨에 누군가 손을 내려놓았고 나는 돌아보았다. 루크의 손이었다. 그는 리필을 하려고 바로 천천히 다가가며 히죽 웃었다.
“멋진 파티지?” 그가 물었다.
“그래, 멋진걸. 여기는 어떻게 찾아냈지?” 내가 물었다.
그는 어깨를 움츠렸다. “잊어먹었어. 누가 신경 쓰나?”
그는 우리 주변에 짧은 크리스털의 눈보라를 휘감으며 몸을 돌렸다. 애벌레는 보라색 구름을 뿜어냈다. 푸른 달이 떠오르고 있었다.
이 광경의 어디가 문제인 거지? 나는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다.
나는 내 중추 신경이 전쟁 중에 총에 맞은 듯이 느껴졌다. 분명히 존재하는 게 틀림없는 불합리한 점에 집중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무언가에 말려있는 것을 알긴 했지만 제대로 생각할 수가 없었다.
나는 말려들었다…
나는 잡혀있다…
어떻게?
그건… 내가 손을 흔들면서부터 시작된 거다. 아니, 틀려. 그런 선문답 같은 방식이 아니었다. 나는 카드에 그려진 내 모습이 있던 공간에서 생겨난 손을 붙잡았었고 그 카드는 사라졌었다. 맞아, 그랬었어… 무언가 특정한 방식으로.
나는 이를 악물었다. 음악이 다시 시작되었다. 바 위에 올려놓은 손 근처에서 부드럽게 사각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돌아보자 내 맥주잔이 다시 채워져 있었다. 이미 충분히 마신 것 같다. 아마도 그 때문에 제대로 생각을 못하는 걸지도 모른다. 나는 고개를 돌렸다. 나는 왼쪽의, 벽화가 실제 풍경으로 변한 곳 너머를 바라보았다. 나도 벽화의 일부분이 된 건가? 나는 갑자기 궁금해졌다.
상관없다. 내가 여기서 생각을 제대로 할 수 없다면… 나는 달리기 시작했다… 왼쪽을 향해서. 여기의 그 무언가가 내 머릿속을 헝클어 놓고 있고, 내가 거기에 계속 있는 한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없을 것 같았다. 무슨 일이 생긴 건지 올바르게 생각하려면 그곳에서 멀어져야만 했다.
나는 바를 가로질러 바위와 나무그림이 삼차원으로 변한 접경지역으로 들어섰다. 나는 달려들면서 양팔을 거세게 움직였다. 나는 불지도 않는 바람 소리를 들었다.
내 앞에 놓인 어떤 것도 가까워지지 않는 듯 했다. 나는 계속 움직였지만 루크가 다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나는 멈춰 섰다. 그리고 천천히 몸을 돌렸다. 마치 루크가 바로 옆에서 노래 부르는 것처럼 들렸기 때문에. 그리고 사실이었다. 나는 바에서 겨우 몇 발짝만 떨어져 있었다. 루크는 미소 지으며 계속 노래를 불렀다.
“어떻게 된 일이야?” 나는 애벌레에게 물어보았다.
“너는 루크의 올가미 안에서 쳇바퀴를 돌고 있어.” 라고 애벌레가 대답했다.
“뭐라고?”
애벌레는 푸른 담배연기 고리를 뿜어내더니 짧게 한숨을 쉬고 말했다. “루크는 올가미에 걸려있고, 너는 노래가사 속에서 길을 잃었어. 그게 다야.”
“어떻게 그런 일이 생긴 거지?”내가 물었다.
“난 잘 모르겠는데.” 애벌레가 대답했다.
“음, 어떻게 해야 그 올가미에서 빠져나가지?”
“거기에 대해서도 할말이 없군.”
나는 다시금 자신의 웃음과 하나가 되고 있는 고양이를 향해 돌아섰다.
“네가 알 것 같지는 않지만-” 하고 말을 꺼냈다.
“난 저 친구가 먼저 오고 나서 그 다음에 네가 온걸 봤어.” 고양이가 뽐내는 듯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리고 이 장소에서 조차 너의 도착은 뭐랄까…비정상적이었지. 그래서 난 너희 둘 중 적어도 하나는 마법에 관련되어있다고 생각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Your own comings and goings might give one pause,” I observed.
“내 발paws은 내 몸에 잘 붙어있어.” 고양이가 말했다. “루크가 말할 수 있는 것 보다 더”
“무슨 뜻이지?”
“그는 전염성이 있는 덫에 걸려들었어.”
“그 덫은 어떻게 작동하는데?” 내가 물었다.
하지만 고양이는 또다시 사라졌고, 이번엔 그 웃음도 같이 없어졌다.
전염성 있는 덫? 그 말은 루크에게 무언가 문제가 생겼고 내가 어떤 형태로든 거기에 빠져들었다는 걸 말하려는 듯 했다. 맞는 얘기 같았지만 문제가 뭔지 그리고 내가 뭘 해야 할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었다.
나는 맥주잔을 향해 손을 뻗쳤다. 문제를 풀 수 없더라도, 즐길 수는 있을 테니까. 천천히 한 모금을 마셨을 때, 나를 노려보는 창백하게 불타는 괴이한 눈빛이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이전에는 알아차리지 못했는데, 내가 있는 쪽의 반대편 벽화의 어두운 구석에서 서서히 미끄러지듯 내 오른쪽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 이상했다.
그 눈이 안보이게 되었어도 잔디의 움직임에 의해 그 물체가 이전에 내가 달려갔던 방향으로 가고 있는걸 알게 되는 건 나름대로 매혹적인 일이었다. 그리고 내 오른쪽 아주 멀리 –루크를 지나서- 짙은 색 재킷을 입고 손엔 붓과 팔레트를 든 채 벽화를 이어가고 있는 마른 신사가 있음을 눈치 챘다. 나는 맥주를 한 모금 더 마신 다음 평면에서 3차원으로 입체화한 그 무엇에 다시 주의를 돌렸다. 암회색의 코가 바위와 관목 사이에서 삐어져 나와 있었다; 그 위에는 창백한 눈이 빛나고 있었고, 퍼런 타액이 주둥이에서 흘러 바닥에 떨어지자 연기를 만들었다. 아마도 아주 키가 작거나 아니면 잔뜩 웅크린 상태인 것 같았다. 나는 그것이 우리 모두를 쳐다보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유독 나만 쳐다보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나는 몸을 한쪽으로 기울여 옆으로 넘어지려고 하는 안락의자의 벨트 혹은 넥타이를 –어떤 거든 간에- 잡았다.
“미안하지만, 저게 무슨 짐승인지 말해줄 수 있어?” 하고 내가 말했다.
내가 가리키는 동안 그것은 서서히 일어났다. 다리가 여러 개에, 긴 꼬리, 어두운 비늘이 덮여 있고 물결처럼 움직였으며, 빨랐다. 발톱은 붉었는데, 우리 쪽을 향해 달려오기 시작하면서 꼬리를 치켜 올렸다.
안락의자의 흐릿한 눈이 내 눈과 마주쳤다가 뒤쪽으로 향했다.
“난 여기 없습니다, 선생님. 선생님의 동물학적 무지를 일깨워 드리자면 – 오 맙소사! 저건 - ”
그것은 번개같이 움직이며 빠르게 다가왔다. 곧 쳇바퀴 도는 시점에 도달하게 되는걸까아니면 그 효과는 오직 나에게만 –여기서 벗어나려 할 때- 적용이 되는 걸까?
그 짐승의 몸체 단편들이 좌우로 미끄러졌다. 바람이 새는 압력솥처럼 쉬잇하는 소리를 내면서, 그 증기식 노예선 같은 것은 그림의 영역에 자취를 남겼다. 가까이 오면서 느려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빨라지는 듯 했다.
내 왼쪽 손이 스스로의 의지에 의해 앞으로 기이하게 움직이며 입술에서는 연속된 단어들이 저절로 흘러나왔다. 내가 단어들을 말하는 동안 그 생물은 내가 뚫지 못했던 경계를 넘어선 뒤 몸을 일으켜 빈 탁자와 다른 것들을 뒤엎으며 뛰어오르려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반더스내치다! Bandersnatch” 누군가 소리쳤다.
“frumious 반더스내치다!” 안락의자가 정정했다.
내가 마지막 단어를 마치고 최종적인 제스처를 취하자, 로그루스의 이미지가 나의 내면시야에 떠올랐다. 이제 막 가장 앞에 있는 발톱을 뻗쳤던 그 검은 생물체는 갑자기 발톱을 물리더니, 발톱으로 가슴의 왼쪽 위 사분 면을 붙잡고 눈을 굴리면서 작은 신음소리를 내다가 힘겹게 숨을 내쉬고는 주저앉아 바닥에 쓰러져 수많은 발을 하늘로 향한 채 굴러서 드러누웠다.
고양이의 웃음이 그 생물 위에 나타났다. 그리고 입이 움직였다.
“죽어버린 frumious 반더스내치로군.” 고양이는 결론지었다.
웃음이 내 쪽으로 다가오더니, 고양이의 나머지 부분이 그 웃음 주위에 마치 재고(再考)라도 한 듯이 생겨났다.
“그건 맥박 구속 주문이었어, 그렇지?”고양이가 물었다.
“그런 것 같아. 거의 반사적이었거든. 맞아. 이제 기억하겠어. 난 그 주문을 아직 가지고 있었어.”
“그런 것 같았어. 이 파티에는 분명히 마법이 연관되어있다고 생각했거든.”
주문이 동작하는 동안 나타났던 로그루스의 이미지는 내 머릿속의 어두 컴컴한 다락방에 불을 밝히는 역할도 역시 수행해 냈다.마법. 당연하다.
나, 코윈의 아들 멀린은, 최근 몇 년간 내가 종종 다니던 지역에는 거의 없는 상당한 수준의 마법사다. 루카스 레이너드-카쉬파의 왕자 리날도라고도 알려진-도 나와는 약간 다른 스타일이긴 하지만 마법사이다. 그리고 이런 문제에 대해 꽤 익숙한 것처럼 보이는 고양이가 말했듯, 현재의 상황이 어떤 주문에 의한 것일 가능성은 상당히 높았다. 이런 지역은 내 감각과 훈련이 현재의 내 곤경에 대해 그다지 많이 말해줄 수 없는 몇 안 되는 공간이다. 내 감각기관들도 마법에 영향을 받아 그 힘에 따르도록 되어있기 때문이다. 이건 색맹과 유사한 것처럼 느껴졌다.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외부의 도움 없이는 확실하게 알 수가 없었다.
이 문제를 골똘히 생각하는 동안, 왕의 부하와 말들이 정면의 스윙도어 건너편에 도착했다. 병사들이 들어와서 반더스내치의 시체에 밧줄을 묶었다. 말이 그 시체를 끌고 가버렸다. 그러는 동안 안락의자는 기어 내려와서 화장실에 다녀왔다. 돌아와서 보니 아까 앉았던 바스툴에 다시 앉을 수가 없다는 걸 깨달은 안락의자는 왕의 부하들에게 도와달라고 소리쳤지만 그들은 죽은 반더스내치를 테이블 사이로 몰아가는 데에 바빠서 안락의자를 무시했다.
루크가 일어나 거닐면서 웃음지었다.
“저게 바로 반더스내치였군. 어떻게 생긴 건지 항상 궁금했었는데. 이제 자버웍 Jabberwock이 지나가면 - ”
“쉬이!” 고양이가 주의를 주었다. “분명히 벽화 어딘가에 있을 거고, 또 듣고 있을 거야. 괜히 그 녀석을 휘젓지마! 너를 쫓아서 tulgey 숲을 지나 비틀거리며 튀어나올 지도 몰라. 물어뜯는 턱과 붙잡는 발톱을 기억해! 사고를 일부러 찾지말라구—”
고양이는 벽 쪽을 잽싸게 살펴보더니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몇 번 연속으로 반복했다. 루크는 이걸 무시하면서 말했다. “난 그냥 테니엘의 삽화를 생각해봤을 뿐이야.”
고양이는 바의 반대쪽에서 실체화해서는 모자쟁이의 술잔 위에 내려앉아 말했다. “무언가 부글거리는 소리가 들렸어. 그리고 불타는 듯한 눈빛이 왼쪽으로 오고 있어.”
벽화를 돌아보자 나 또한 불타는 눈동자를 보고 이상한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건 다른 수많은 것 중 하나일 수도 있어.”루크가 말했다.
고양이는 바 뒷쪽의 찬장으로 옮겨가서 이상한 무기가 빛을 내며 그림자 속에서 흔들리고 있는 곳에 다다랐다. 고양이는 그걸 내리더니 바를 따라서 미끄러뜨려 루크 앞에 멈추어 놓았다.
“보팔Vorpal 검을 가지고 있는 게 나을 거야. 내가 해줄 말은 그것 뿐이야.”
루크는 소리 내어 웃었지만, 나는 그 나방의 날개로 만들고 달빛을 접어넣은 듯한 물건에 매혹되어서 쳐다보았다.
그리고 또 그 부글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거기 멍한uffish 생각 하면서 서있기만 하지는 마!” 하고 고양이가 말하면서, 안락의자의 술잔을 빨아들이고는 사라져 버렸다.
로크는 계속 클클거리면서 맥주잔을 들어 다시 채웠다. 나는 멍한 생각하면서 서있었다. 내가 반더스내치를 처치하기 위해 사용한 주문은 내 생각을 독특한 형태로 바꾸어 놓았다. 주문을 사용한 이후 잠시 동안 머릿속이 맑아 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마 잠깐 동안 나타난 로그루스의 이미지 때문일 걸로 생각되었다. 그래서 나는 다시 로그루스를 소환해 보았다.
상징이 내 앞에 나타나 감돌았다. 나는 상징을 거기 멈추어놓은 다음 들여다 보았다. 마치 내 마음속에 차가운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흘러가버린 기억의 편린들이 모두 끌려와서 하나의 조직으로 조합되었다. 그리고 이해가 전달되었다. 당연하지…
부글거리는 소리는 더욱 커졌고 비행기의 착륙용 등 같은 눈과 물고 잡기 위한 수많은 날카로운 가시들이 튀어나온 자버웍의 그림자가 멀리 숲 속을 날아다니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건 이제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제 나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누구의 짓인지 어떻게 그리고 또 왜인지를 알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몸을 앞으로 잔뜩 기울여 주먹이 오른쪽 부츠 앞에 살짝 닿을 정도로 내렸다.
“루크, 우리 문제가 생겼어.”하고 말했다.
루크는 바에서 몸을 돌려 나를 내려다보았다.
“무슨 문제?” 그가 물었다.
앰버의 혈통을 가진 사람들은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또한 우리는 상당히 강한 타격도 버틸 수 있기 때문에, 우리들끼리의 경우에는 이 두 가지가 서로를 얼마간 상쇄시키곤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문제를 제대로 다루려면 매우 정확히 일을 처리해야 했다…
나는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다해 바닥에서부터 주먹을 끌어올렸다. 주먹은 루크의 한쪽 턱을 맞추고 그를 공중으로 들어올렸다. 루크는 테이블 위로 뒤집어지며 그 테이블을 부수었고, 빅토리아 시대의 신사로 보이는 사람 발치에서 구겨져 뻗을 때까지 술집 전체를 미끄러져 나갔다. 빅토리아 시대의 신사는 루크가 자기 쪽으로 미끄러져 오자 잽싸게 붓을 버리고 피했다. 나는 왼손으로 맥주잔을 들어올려 오른손에 부었다. 마치 주먹을 산에 들이박은 것 같았다. 내가 이러는 동안 빛은 어두워지고 완전히 조용해졌다.
나는 머그잔을 바 위에 세게 내려놓았다. 그러자 마치 지진이라도 난 듯 그 장소 전체가 흔들거렸다. 병 두개가 선반에서 떨어졌고; 램프가 좌우로 흔들렸고 부글거리는 소리는 희미해졌다. 나는 왼쪽을 돌아보았고 자버웍의 섬뜩한 그림자가 숲 속으로 좀 더 물러난걸 발견했다. 그것만이 아니라 아직 그림인 부분이 충분히 정상으로 보이는 만큼 거리가 떨어져서, 괜찮아 보이는 쪽이 그럭저럭 보통으로 보이는 거리로 다가왔으며 점점 더 멀리 멀어져 움직이지 않는 평면으로 고정되는 듯이 보였다. 자버웍이 평면부분을 피해 왼쪽으로 휘적휘적 거리는 모습이 확실해졌다. 트위들덤, 트위들디, 도도새와 개구리는 각자의 악기를 가방에 넣기 시작했다.
나는 찌그러진 루크를 향해 바를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애벌레는 물 담배를 분리하고 있었고 버섯은 이상한 각도로 기울어져 있었다. 흰 토끼는 뒤쪽의 구멍으로 도망을 쳤고 안락의자는 이제 겨우 올라앉는데 성공한 바스툴 위에서 흔들거리며 저주를 내뱉었다.
나는 팔레트를 들고 있는 신사에게 가까워지면서 인사를 건넸다.
“방해하게 돼서 미안하군. 하지만 이게 더 나으니까 날 믿어주기 바래.”하고 내가 말했다.
나는 흐느적거리는 루크를 일으켜 내 어깨에 올려놓았다. 트럼프 카드 몇 장이 내 주변을 날아다녔다. 나는 그것들을 피했다.
“세상에! 저게 자버웍을 놀라게 했어!”신사가 내 뒤쪽을 보면서 말했다.
“저게 뭔데?” 하고 물었지만 정말 내가 알고 싶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저것.” 그는 바 앞쪽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나는 돌아보고는 휘청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자바웍을 전혀 책망하고 싶지 않았다.
그것은 방금 나타난 12피트짜리 파이어 앤젤Fire Angel이었다. 적갈색에, 스테인드 글래스 같은 날개를 가진. 그것은 나에게 나 또한 죽을 수 있는 존재임의 암시와 함께, 가시 박힌 목 깃과 뾰족한 발톱들이 나있는 짧은 털가죽이 온몸을 둘러싼 사마귀를 생각나게 했다. 사실 그것이 들어오는 중에 그 가시 중 하나가 스윙도어에 걸려 경첩을 부수기까지 했다. 그것은 <혼돈>의 짐승이었다. 희귀하고, 치명적이며, 높은 지능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몇 년 동안 한 마리도 본적이 없었고, 지금 보고 싶은 마음은 더더욱 없었다. 그리고 저게 여기 나타난 이유가 나 때문일 거라는 거에 대해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잠시 동안 나는 내 맥박구속주문을 고작 반더스내치 따위에게 써버린 것을 후회했다. – 파이어 앤젤은 세 개의 심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기억났을 때 까지만. 내가 슬쩍 보는 동안 녀석은 나를 염탐하더니 짧은 사냥의 울음소리를 내고는 다가오기 시작했다.
“당신과 얘기를 나눌 시간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당신 작품이 마음에 들었는데. 하지만 - ”
“이해해요.”
“안녕히.”
“행운을 빌어요.”
나는 토끼 굴로 뛰어들어 달렸다. 천장이 낮았기 때문에 몸을 앞으로 웅크렸다. 루크는 내 이동을 더욱 어렵게 했다. 특히 코너를 돌 때마다. 나는 내 뒤쪽 멀리에서 무언가 긁는듯한 잡음과 연이은 추격의 울음소리를 들었다. 나는 파이어 앤젤이 동굴 입구를 넓혀야만 들어올 수 있을 거라는 사실에 위안이 되었다. 나쁜 소식이 있다면 그것은 그럴 능력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 짐승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하고 거의 무적에 가까웠다.
나는 바닥이 내 발 밑에서 쑥 패일 때까지 뛰었다.
그리고는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자유로운 한쪽 손을 내밀어 무언가 잡으려 했지만, 잡을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바닥이 아래로 떨어지고 없었다. 좋아. 내가 기대하고 반쯤은 예상했던 상황이다. 루크는 무언가 조용히 웅얼거렸지만 움직이지는 않았다.
우리는 떨어졌다. 아래로, 아래로, 아래로, 그가 말했듯이. 우리가 떨어지고 있는 곳은 우물 속이었고, 아마 그 우물이 아주 깊은 것이던가 아니면 우리가 아주 천천히 떨어지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 주변에는 모두 희미한 정도로만 빛이 나고 있었고, 벽면이 어떤지 알수가 없었다. 내 머리는 좀 더 맑아졌고, 내가 변수 하나-루크-만 확실하게 조절할 수 있으면 계속 그럴 것이라는걸 알고 있었다. 머리 위 높은 곳에서 다시 추격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곧바로 기이한 부글거리는 소리가 이어졌다. 프라키어가 손목에서 가볍게 맥동했지만, 이미 알고 있는 일이었으므로 그녀를 진정시켰다.
머리가 더 맑아지면서, 기억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4세계의 성을 공격해서 루크의 어머니인 자스라를 데려온 일. 변신한 짐승으로부터의 공격. 빈타 베일-사실은 겉보기와는 다른 존재였지만-을 방문한 일. . 죽음의 골목에서 먹은 저녁식사…드웰러, 샌프란시스코, 수정 동굴…점점 더 또렷해졌다.
그리고 내 머리 위에서는 파이어 앤젤의 울음소리가 점점 더 커져왔다. 터널을 통과하고 이제 내려오기 시작한 게 틀림없었다. 재수없게도, 그것은 날개를 가진 반면 나는 그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위를 쳐다보았지만 아직 형체를 알아볼 수는 없었다. 아래쪽보다 위쪽이 더 어두워 보였다. 나는 이것이 이 터널 끝은 밝은 곳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뜻이기를 바랬다. 다른 곳으로 갈수 없을 것 같았으니까. 너무 어두워서 트럼프를 쓰거나 통로를 바꿔서 그림자를 이동할 수 없었다.
이제는 떨어지는 게 아니라 미끄러지는 듯 느껴졌고 착지할 때 안전할 것 같았다. 만약 바닥에 가까워졌는데 달라진다면, 내가 가지고 있는 주문 하나를 써서 속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생각났다.
어찌되었건, 이런 생각들은 만약 우리가 하강 도중 잡아 먹힌다면 –상당한 가능성이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이 될 터였다. 만약에 우리의 추적자가 그다지 배가 고프지 않다면 얘기가 달라지지만. 그럴 경우에는 단지 우리의 몸을 찢어놓기만 할거였다. 그러므로, 저 짐승보다 더 속도를 내야만 했고 – 당연히 땅에 닿을 때 세게 떨어지게 만들 가능성이 있었다.
결정해야 해, 결정.
루크가 어깨 위에서 살짝 몸을 뒤척였다. 수면 주문을 만들 시간도 없거니와 한번 더 그를 두드릴 자세도 잡을 수 없었기 때문에, 남는 건 프라키어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가 깨어날지 말지 경계선쯤에 있다면, 목을 조르는 건 오히려 그를 경각시킬지도 몰랐고, 또 나는 그가 멀쩡한 상태를 유지하길 바랬다. 그는 내가 모르는, 그리고 내가 필요로 하는 일들을 너무 많이 알고 있었다.
우리는 조금 더 밝은 부분을 통과했고 처음으로 벽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벽에는 내가 모르는 말로 낙서가 뒤덮여 있었다. 자메이카 킨케이드의 이상한 단편이 생각났지만, 주술적인 것인지 어쩐지는 알 수 없었다. 밝은 부분을 통과하자마자 나는 아래쪽 멀리에 작은 빛의 점을 발견했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울음소리를 들었는데, 이번엔 아주 가까웠다.
나는 파이어 앤젤이 빛나는 부분을 통과할 때에 맞춰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바로 뒤에 또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조끼를 입고 부글거리고 있었다. 자버웍도 내려오고 있었고, 우리 중 아무나 붙잡으려 하는 듯 했다. 그것의 의도가 무엇인지가 즉시 첫 번째 우선순위로 올라갔다. 그 동안 주변의 빛이 밝아지고 루크는 몸을 다시 움직였다. 자버웍의 의도는 곧바로 밝혀졌다. 어찌되었건, 그것은 파이어 앤젤을 붙잡고는 공격했다.
휘적거림, 울부짖음, 그리고 부글거림이 갑작스레 쉬잇거리는 소리와 긁히는 소리와 간헐적으로 으르렁거리는 소리와 함께 주변 벽에 메아리 쳤다. 두 짐승은 서로 엉켜 상대방을 찢어발기며, 눈은 죽어가는 태양 같고 발톱은 총검 같은 상태로 아래에서 비치는 창백한 빛을 받으며 끔찍한 만다라를 형성했다. 내 마음이 완전히 편해지기에는 너무나 가까운 곳에서 액션이 일어나고 있었지만, 그래도 내가 적절치 못한 주문을 걸다 자칫 잘못하면 모두 한데 뭉쳐 버리는 위험을 감사할 필요는 없겠다 싶을 정도로 그들을 늦추는 효과는 있었다.
“아으!” 루크가 갑자기 움직이며 말했다.
“맞는 말이야. 하지만 그대로 있어, 알겠지? 이제 곧 충돌crash할 거야.”하고 내가 말했다.
“그리고 불타고and burn” 그가 말하며 머리를 비틀어 전투중인 괴물들을 쳐다보더니, 아래로 고개를 돌려 우리도 아래로 떨어지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 “무슨 종류의 여행이지?”
“나쁜 여행.” 이라고 대답하는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정확한 표현이었다.
출구는 이제 커 보였으며, 우리의 속도는 적절한 착륙에 적당했다. 내가 거인의 손뼉이라고 부르는 주문을 쓰면 아마도 우리는 서서 착지하거나 오히려 뒤로 물러나게 될 수도 있었다. 지금은 교통 방해물이 되느니 몇 군데 멍드는 게 훨씬 나았다.
정말 나쁜 여행이다. 나는 틈새를 통해 이상한 각도로 떨어져 진흙에 닿아 구르며 랜덤의 말을 생각했다.
우리는 작은 동굴에 들어서서 그 입구에서 잠시 멈췄다. 터널은 오른쪽과 왼쪽으로 이어졌다. 동굴 입구는 바로 등뒤에 있었다. 잠깐 살피자 입구는 밝고, 아마도 경사진 - 보이지는 않지만 멀리 골짜기가 있는 것 같았다 – 곳으로 열려 있었다. 루크는 굴러 떨어져 내 옆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곧바로 일어나서 그의 겨드랑이를 붙잡았다. 그리고 우리가 떨어진 구멍에서 먼 쪽으로 그를 끌어당겼다. 괴물들의 다투는 소리는 아주 가깝게 들려왔다.
다행히도 루크가 다시 정신을 잃은 것 같았다. 내 추측이 맞는다면 그는 앰버인으로서는 상당히 안 좋은 상태로 보였다. 하지만 마법적인 능력으로서는 내가 그전에 한번도 보지 못한 아주 위험한 상태였다.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전혀 생각이 나지 않았다.
나는 루크를 오른쪽 터널로 옮겼다. 그 쪽이 좀더 좁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좀더 방어하기 쉬울 것 같았다. 두 괴물들이 서로를 움켜쥐고 뜯어대며 틈새를 통해 떨어질 때쯤 가까스로 피신처에 도달했다. 그들은 발톱을 찍어대며 쉬익거리는 소리와 휘파람 같은 소리를 내면서 서로를 찢어대며 구르기 시작했다. 그들은 우리에 대해 완전히 잊은 듯 했다. 나는 터널 깊숙이 들어갈 때까지 계속 물러났다.
나는 랜덤의 추측이 맞기만을 바랬다. 어쨌든지 간에 그는 뮤지션이었고 별의별 그림자에 돌아다녀봤으니까. 그리고, 더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도 않았다.
나는 로그루스의 상징을 소환했다. 완전히 불러내서 내 손을 그 속에 넣은 다음, 그걸 이용해서 싸우는 짐승들을 공격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녀석들은 나한테 전혀 신경 쓰고 있지 않았고 난 그들의 주의를 전혀 끌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녀석들이 2x4각목으로 맞는 것 정도로 저 녀석들이 휘청거릴지도 확실하지 않은데다가, 내 필요 목록은 이미 준비 되었고 그것을 채우는 것이 먼저였다.
나는 팔을 뻗쳤다.
지겨운 시간이 흘렀다. 내가 찾는 것들을 찾으려면 엄청나게 넓은 그림자들의 공간을 지나야만 했다. 그러고 나면 다시, 또 다시 해야 했다. 내가 원하는 건 한두 개가 아니었고 그들 중 가까이 있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러는 동안 싸움꾼들은 전혀 느려지는 기세가 보이지 않았고 발톱이 동굴의 벽에 닿아 불꽃이 튀었다. 서로 상대방을 수없이 난자해서 이제는 둘 다 검붉은 핏덩어리로 덮여있었다. 루크는 그러는 동안 정신을 차리고 몸을 기대어 서서 이 현란한 격투에 푹 빠져 있었다. 저 장면이 얼마나 그의 주목을 끌지는 알 수 없었다. 이제 곧 그가 깨어있어야 하므로, 그가 다른 것들을 생각하지 않는 다는 것은 좋은 일이었다.
아무튼 간에, 나는 자버웍을 응원하고 있었다. 그건 그저 잔인한 짐승일 뿐이고 이 독특한 적수를 만나 광포해지기 전까지는 특별히 나를 쫓아오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파이어 앤젤은 완전히 다른 게임을 하고 있었다. 누군가 일부러 보낸 게 아니라면 파이어 앤젤이 <혼돈>에서 이렇게 먼 곳에서 돌아다닐 이유가 없었다. 파이어 앤젤은 극도로 잡기 힘들고, 훈련하기는 더욱더 힘들며, 다루기엔 너무나 위험했다. 그러므로 상당한 양의 자금과 모험을 감수해야 했다. 파이어 앤젤은 쉽게 투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존재의 목표는 살생이고 혼돈의 궁정 이외의 곳에서는 한번도 길들여진 적이 없었다. 파이어 앤젤은 폭넓은 종류의 감각을 –그 중 몇몇은 분명히 초능력에 가까웠다-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림자 사냥개로 쓰일 수 있었다. 내가 아는 바로는 그들 스스로 그림자들 사이를 돌아다닐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림자를 걷는 사람을 쫓아다닐 수는 있었고, 목표물을 알고 있다면 흔적이 아주 차게 식었어도 추적할 수 있었다. 지금 나는 그 정신 나간 술집으로 트럼프를 통해 이동했는데, 그들이 트럼프 점프까지 추적할 수 있는지 어쩐지는 알지 못했다. 그러나 다른 가능성 몇몇도 내 머릿속에 떠올랐다. 이를테면 누군가 내 위치를 찾아내서 파이어 앤젤을 옮겨온 다음 알아서 하도록 슬쩍 줄을 풀어놓는다든가 하는. 여하튼, 무슨 방법이건 간에, 이 일은 <궁정>의 흔적이 드러나 보였다. 그러므로, 나는 재빨리 자버웍 팬으로 전환했던 것이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루크가 갑자기 나에게 물었다. 그리고 동굴의 벽이 순간적으로 사라졌다. 희미한 음악소리가 들려왔다.
“복잡해. 자, 이제 약 먹을 시간이야.”하고 내가 말했다.
나는 막 소환한 한 움큼의 비타민 B12 알약을 꺼내고 역시 소환한 물병의 뚜껑을 열었다.
“무슨 약인데?” 내가 알약을 건네는 동안 그가 물었다.
“의사의 처방이야. 몸을 빨리 회복하게 도와줄 거야.”하고 내가 말했다.
“흐음, 알았어.”
그는 그걸 모두 입안에 털어 넣고는 한번에 삼켰다.
“이번엔 이거야.”
나는 도라진Thorazine 병을 열었다. 한 알에 200밀리그램이었는데 얼마나 줘야 할지 알 수가 없어서 일단 세 개로 결정했다. 나는 트립토판tryptophan과 약간의 페닐알라닌phenylalanine도 건넸다.
그는 알약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벽이 다시 사라지고 음악이 들려왔다. 푸른 연기가 우리를 스쳐갔다. 갑작스레 눈앞에 바가 원래대로 돌아온 모습으로 나타났다. 뒤집어졌던 테이블은 똑바로 세워졌고 안락의자는 여전히 흔들거리고 있었으며, 벽화는 계속되고 있었다.
“이봐, 클럽이야!” 루크가 소리쳤다. “우린 돌아가야 해. 파티가 열려있잖아.”
“먼저 약부터 먹어.”
“뭐 하는 약인데?”
“너 뭔가 안 좋은 상태야. 이걸 먹으면 훨씬 나아질 거야.”
“난 나쁘지 않은데. 사실 지금 기분이 아주 좋다구-”
“어서 먹어!”
“알았어!알았다구!”
그는 한 주먹 가득한 약을 털어 넣었다.
자버웍과 파이어 앤젤은 사라진 듯 했다. 그리고 조바심을 내며 움직이다가 바 근처에서 저항을 느꼈다. 아직 완전히 실체화하지는 않았지만. 갑자기 고양이가 있는걸 알아챘다. 실질성(實質性)에 대한 고양이의 놀이는 이 순간 다른 무엇보다도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오는 거야 아니면 가는 거야?” 고양이가 물었다.
루크는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빛이 산만해지긴 했지만 더욱 밝아지고 있었다.
“어, 루크, 저쪽 좀 봐봐.” 하고 내가 한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어디?” 하고 루크가 고개를 돌렸다.
나는 그를 다시 때렸다.
루크가 뻗어버리자 술집이 다시 사라지기 시작했다. 동굴의 벽이 다시 나타나 또렷해졌다. 고양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가는구나…”
소음소리가 다시 크게 들려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백파이프의 소리와 비슷한 비명소리가 가장 크게 들려왔다. 그건 땅에 박혀서 마구 베이고 있는 자버웍이 내는 소리였다. 나는 그때 성채를 공격할 때 남겨놓은 7월4일 주문을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손을 들어올리고 주문을 외기 시작했다. 루크앞으로 몸을 움직여 루크의 시야를 가리면서, 고개를 돌리고 두 눈을 질끈 감은 다음 주문을 마쳤다. 눈을 감았어도 바로 이어진 강렬한 빛을 느낄 수 있었다. 루크가 “이봐!”하고 말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다른 소리는 모두 순식간에 묻혀버렸다. 내가 다시 눈을 뜨자 두 짐승은 작은 동굴의 반대 방향에서 기절한 듯 꼼짝없이 뻗어있었다.
나는 루크의 손을 잡고 들어올려 어깨 위에 소방수자세로 올려놓았다. 그리고 재빨리 동굴입구를 향해 -괴물의 피에 한번 미끄러지며- 나아갔다. 괴물들은 내가 빠져나가기 전에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그건 의도된 동작이라기보다는 그냥 반사적인 움직임에 가까웠다. 나는 꽃이 활짝 핀 커다란 꽃밭을 보고는 입구에서 멈춰 섰다. 꽃은 모두 최소한 내 키만큼 컸으며, 불어오는 바람은 참기 힘들 정도의 방향(芳香)을 실어왔다.
잠시 뒤에 나는 등뒤에서 나는 좀더 명확한 움직임 소리를 듣고 몸을 돌렸다. 자버웍이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파이어 앤젤은 아직도 고꾸라져서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자버웍은 뒤로 물러나서는 날개를 펼치고 몸을 돌려 천장의 틈을 통해 왔던 구멍으로 날아가 버렸다. 나쁘지 않은 생각이야, 하면서 나 자신도 꽃밭으로 서둘러 나아갔다.
밖은 향기가 더욱 강했다. 꽃은 대부분 활짝 펴 있었는데 나는 그 환상적인 다양한 색깔의 덮개모양을 지나 달렸다. 나는 곧 숨이 차 올랐지만 멈추지 않고 계속 뛰었다. 루크는 무거웠지만 가능한 한 동굴에서 멀리 떨어지고 싶었다. 우리의 추적자가 얼마나 빨리 움직일 수 있는지 생각해보면, 지금 트럼프를 꺼내서 사용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을지 자신할 수 없었다.
계속 움직이면서 나는 현기증이 나기 시작했으며 온몸의 사지가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꽃의 향기가 약간 환각성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곧 머리에 떠올랐다. 대단해. 그게 바로 내가 원하는 거였다. 환각에 걸린 루크를 정신차리게 하는 동안 약물로 기분이 좋아지는 것. 나는 살짝 높이 솟은 개간지모양으로 테두리가 되어있는 부분을 발견하고 그쪽을 향했다. 바라건대 거기에 닿으면 잠시 쉬면서 정신적으로 회복하고 무엇을 할 것인지를 결정하고 싶었다. 아직까지는 어떤 추적하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달려가면서, 나는 내 몸이 휘청거리는걸 느낄 수 있었다. 몸의 균형이 제대로 잡히지 않았다. 갑자기 넘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느껴졌다. 마치 고소공포증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한번 넘어지면 약물에 취해 잠들어 <혼돈>의 짐승이 나를 찾아 처치할 때까지 다시는 못 일어날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머리 위로 보이는 꽃들의 색깔이 밝은 빛의 물결에 떠있는 리본 뭉치처럼 뒤섞이고 흔들렸다. 나는 냄새를 최대한 맡지 않으려고 호흡을 조절해 보았지만 점점 속도를 내고 있었기 때문에 쉽지 않았다.
개간지에 닿아 루크를 그 가운데에 내려놓고 그 옆에 주저앉을 때까지 넘어지지 않을 수 있었다. 그는 평화로운 얼굴로 계속 기절해 있었다. 멀리 흉하게 생긴 뾰족하고 꽃 없는 식물군(群)이 피어있는 곳에서 바람이 불어와 우리가 앉아있는 언덕을 쓸고 지나갔다. 덕택에 나는 더 이상 그 유혹적인 냄새를 맡지 않을 수 있었고, 잠시 뒤에는 머리가 점점 맑아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편으론 우리의 냄새가 동굴 쪽으로 날려간다는 사실이기도 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파이어 앤젤이 저 강력한 꽃 냄새를 무시할 수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지만, 아주 작은 가능성조차도 나를 불안하게 했다.
수년 전에 대학생이었을 때, 나는 LSD를 해 본적이 있었다. 그 일이 너무나 끔찍했기 때문에 나는 다른 환각제는 손 대 본적도 없다. 단지 불편한 정도가 아니었다. 약물은 나의 그림자를 조작하는 능력에 영향을 끼쳤다. 앰버인들이 상상할 수 있는 곳 어디나 갈수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분명히 그것들은 <그림자>어딘가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정신과 움직임을 조합해서 우리는 그림자를 우리의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 곤란스럽게도, 나는 내가 무엇을 상상할지 콘트롤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역시 운 없게도, 나는 그런 장소로 옮겨가고 말았다. 나는 공포에 질렸으며, 그 덕에 상황은 더 악화되고 말았다. 나는 실체화된 내 무의식 속을 방황하며 위험한 일들이 일어나는 곳을 헤맸기 때문에 자칫하면 죽을 뻔 했었다. 약 기운이 가신 다음 나는 돌아오는 길을 찾아내서 줄리아의 집 문 앞에 도착하곤 훌쩍거리고 있었고, 며칠 동안 신경성 후유증에 시달렸다. 나중에 랜덤에게 이 이야기를 했을 때, 그 또한 비슷한 경험을 했었음을 알게 되었다. 랜덤은 처음엔 이것을 가족에 대한 비밀 무기로 유지하려 했었다. 이후에 모든 가족의 관계가 훨씬 더 나아지고 나서 그는 생사에 관한 문제이므로 이를 공유하기로 했었다. 그는 베네딕트, 제라드, 피오나, 블레이즈가 이미 이것에 알고 있다는 것 –서로 사용한 각성제는 달랐지만-과 피오나만이 이를 가문내부의 무기로 사용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 것에 대해서 놀랐다고 했다. 하지만 피오나는 이 아이디어를 일단 선반 위에 올려놓기로 했다. 이 방법은 예측이 너무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건 모두 예전의 이야기였다. 그리고 최근 몇 년간 있었던 다른 일의 중압감 때문에 그는 이걸 잊어버리고 있었다. 나처럼 신출내기는 미리 주의를 주었어야 한다는 생각이 그에게 떠오르지 않았던 것이다.
루크는 4세계의 성채를 글라이더 공수부대로써 공격을 하려다 실패했다는 얘기를 했었다. 내가 성채에 갔었을 때 성벽안쪽에 부서진 글라이더를 여러 곳에서 보았기 때문에, 루크가 사로잡혔을 거라고 추측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타당했다. 때문에, 마스크가 루크에게 지금의 상태에 빠지도록 무슨 짓인가를 했다는 가정은 상당히 가능성이 있었다. 아마 감옥의 음식에 환각제를 탄 다음 돌아다닐 수 있도록 슬쩍 풀어주고 예쁜 빛을 보도록 하는 정도면 충분했을 것이다. 다행스러운 건, 나와는 다르게 루크의 정신적 여행은 루이스 캐롤의 쾌활한 모습 이상으로 위협적인 것은 없었다는 것이다. 혹시 루크는 나보다 순수한 마음을 가졌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과는 어찌되었건 괴이했다. 마스크는 루크를 죽이거나 감옥에 가둬두거나 옷걸이 콜렉션에 추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는 대신에, 분명 위험하긴 하지만 결국엔 약 기운이 다되어 풀려나게 하는 –물론 호되게 고생한 뒤지만 - 방법을 택했다. 이건 제대로 된 복수의 행동이라기 보다는 그저 손목을 찰싹 때리는 것에 가까웠다. 루크는 성채를 지배했던, 그리고 의심의 여지없이 다시 지배하려 하는 가문의 일족이다. 마스크는 월등하게 자신이 있는 걸까? 아니면 그는 루크를 그다지 위협으로 보지 않았던 걸까?
그리고 루크와 나의 그림자 조작능력과 마법능력이 비슷한 근원-패턴과 로그루스-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존재했다. 어느 한쪽에 엮이는 것은 다른 하나에도 비슷하게 엮이는 듯 했다. 아마도 그 사실이 루크가 트럼프 없이도 커다란 트럼프를 만들어 나를 이동시킨 능력을 설명해줄 수 있을 것이다. 약물로 강화된 실현화 능력이 너무나 강해서 카드를 물리적으로 사용할 필요조차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비뚤어진 마법능력이 그 모든 실제 콘택트가 일어나기 전에 나에게 일어났던 기이하고 비현실적인 전조들을 일으켰을 것이다. 이건 우리 중 누구라도 약물에 취해있을 때는 대단히 위험할 수 있다는 걸 뜻했다. 이걸 기억해놓아야 할 것 같았다. 나는 루크와 얘기를 하고 싶었기 때문에 나에게 맞은 것 때문에 화난 상태로 일어나지 않기를 바랬다. 진정제가 그를 화나게 하지 않고 다른 약들이 그를 해독해주기를 바랬다.
나는 왼쪽다리의 아픈 근육을 마사지한 다음 일어났다. 그리고 루크의 겨드랑이 아래쪽을 붙잡고 스무 걸음쯤 더 떨어진 곳으로 끌어다 놓았다. 나는 다시 쉬던 곳으로 돌아왔다. 더 도망칠 충분한 시간이 없었다. 울부짖음 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었고 거대화된 꽃밭에 내 쪽을 향해 직선으로 갈라지고 있었다. 줄기들 사이로 어두운 형체가 보이기 시작했다. 자버웍이 도망가고 나서 파이어 앤젤이 원래의 일을 다시 시작한 이상 상대하지 않을 수 없었고, 이 곳이 그 중 가장 나은 장소로 보였다.
by corwin | 2006/04/03 23:08 | The Pattern | 트랙백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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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Julian at 2006/04/04 20:05
I watched where a series of bright bounding balls-or maybe they were comets-wove a tapestry of light : 나는 빛나는 공들 - 혹은 운석일지도 - 여러 개가 통통 튕기면서 빛의 테피스트리를 자아내는 곳을 바라보았다.

spot remover : 점 없애는것. 약품이나 화장품중에 이런게 있었는데요...


아, 7권 끝났는데 쫑파티?
Commented by corwin at 2006/04/04 22:32
Julian // ㅎㅎ. 축하파티는 해야죠. 아무리 느리게 나가도.
Commented by 은영 at 2006/04/06 23:53
약품은 모르겠지만 화장품 중에는 (spot) concealer라면 몰라도 remover는 없을 겁니다;; 얼룩 없애는 약일까 생각해보긴 했지만 어쨌든 단서가 너무 없어서.
Commented by 지햐 at 2006/06/10 19:36
늘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Commented by .... at 2012/01/11 20:58
humpty를 안락의자로 번역하셨네요. 제 생각에는 험프티 덤프티를 뜻하는것 같은데... 성격도 앨리스에 나온거랑 비슷한것같고ㅎㅎ
Commented by .... at 2012/01/12 13:42
frumious는 재버워키라는 시에서 그대로 가져온 말이고 보통은 씩성난 이라고 번역합니다. 씩씩거리다 + 성난 이지요.
Commented by cosgenio at 2012/01/21 18:24
corwin//
저...저기..코윈님...
Commented by .... at 2012/01/24 14:08
월초쯤이었던가 포털에서 검색하다가 어떤 블로그에서 우연히 원서 8, 9,10권을 찾아서 다운받았는데 어디서 받았는지는 도무지 알 수가 없군요... 그 때부터 심심풀이로 8권을 번역하고 있었는데 아직도 쳅터2를 다 못나갔습니다 ㅋㅋ
원하시면 원서 파일을 보내드리겠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리더 파일입니다만
Commented by cosgenio at 2012/01/24 15:30
....//
보내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네이버메일주소는
cosgenio@naver.com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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