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CARNIVALE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를 데이빗 린치가 만들었다면 어떻게 될까? 카니발의 원작자, 크리에이터 다니엘 노프만은 자신의 작품인 카니발을 그렇게 설명한다. 린치가 우리 안의 선과 악의 투쟁공간으로 현대의 작은 도시 트윈픽스를 선택했다면, 노프만은 1930년대, 먼지폭풍Dust Bowl이 휩쓸던 미국의 남부지역을 선택한다. 그리고, 그 절망의 남부지역을 순회하는 카니발이 등장한다.

사바세계에 절망이 깊을 수록 종교적 구원에 대한 열망은 강해진다. 이로써 무대 장치는 끝났다. 그리고, 그 공간에서 주연배우 [구원자]와 [적그리스도]가 각성한다.



오프닝만 보아도 이 드라마의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겠다. 타로가 상징하는 신비주의. 기독교의 오랜 주제인 선과 악의 대결. 기독교(구교와 신교 모두 합쳐서)의 대중적 인기 요소 중 하나는 그 칼로 자른 듯한 선악구별에 있는 건 아닐런지. 상당한 공을 들인 오프닝 장면은 그 주제의 단순함을 덮어준다. 그리고, 그건 시리즈 내내 마찬가지이다.

카니발의 프릭들, 신비주의, 템플러 나이트, 더스트 볼, 자기희생, 린치적 환상, 에로시티즘, 잔인한 영상... 모든 것이 뒤엉켜 어쩌면 단순해 보이는 선과 악의 그 구도를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만들어준다. 하지만, 영상 자체가 기분이 좋은 건 아니다. 특히나 시리즈의 5번째 에피소드인 [바빌론]의 경우, 그 마지막 장면에서는 쭈뼛한 기분이 들지도 모른다. 볼 사람이 있더라도 절대로 아무도 없는 집에서 5편만은 보지 말기를 권한다. [전부 보여주지 않는다, 나머지는 상상에 맡긴다]는 기분 나쁜 호러의 경지를 체득한 듯한 장면이 있다...

음산하고도 기독교 모독적인 부분도 있어, 시리즈 자체가 오래 갈 수도 없는 건 어쩌면 당연할 것도 같다. 노프만은 6년동안 시즌 6개를 생각했지만, 제작이 된 건 두 시즌 뿐이다. 사실, 아무리 HBO라고해도 두 시즌이나 만든 것이 오히려 대단하다. 이런 에픽epic류의 이야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흥미진진하게 보긴 했는데, 두 시즌 밖에 제작이 안되었다는 것을 알고 매우 상심했다. 잘하면, 굉장한 이야기가 될 법도 한데... 하지만, 이야기 흐름상 제작비는 더 필요할 것 처럼 보이고, 시청율은 매우 낮을테니, 그 정도도 대단한 것일까?

언제나처럼 손수 자막을 만들어 주시는 분들 덕에 재미있게 보았다. 하지만, 1편의 마지막. "기적의 치료"를 보여주는 장면에서 자막작업하신 분이 넣으신 글귀를 보고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알 수 없었던 것은 작은 재미? 그건 다음과 같다.


이런 치료 우리 어머니도 받으셨더라면.
안수 그렇게 받으셨는데 아무 차도 없으시더군요.
어머니 천국에서 안식을...




어쩐지 친숙한 얼굴. 그렇다, 트윈픽스를 봤다면 알 수 있는 그 분. 그러나, 주인공은 아니다. 카니발에는 난쟁이는 저리 가라 할 정도의 freak들이 모여있다. 어쩐지 구역질이 날 것만 같은 존재들의 연속. 이토 준지의 느낌? 나머지 freak들에 비하면 정말 정상적인 이분. 비이성적인 것이 스멀스멀 꿈틀대는 [카니발]을 현실에서 굴러가게 해주는 존재다.





주인공, 벤 홉킨스와 저스틴 목사, 그들 중 누가 구원자이며, 누가 적그리스도인가?

사실. 그럴듯한 이야기 좀 읽어본 사람이라면 저 둘중 누가 뭔지는 사진 봐도 알겠지만, 그래도 시리즈 중반까지 잘 꼬아놓는 건 또 능력.

PS. 아예 드라마 소개하는 블로그로 바꿔버릴까...-_-;
by corwin | 2005/10/04 22:41 | 영화&드라마&게임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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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風虎雲龍 at 2005/10/05 14:14
어째서인가... 집안에 시즌1 dvd가 구르길래, 날잡고 본... 바로 그것이군요. 2시즌도 있는 드라마인가요? -_-;

Commented by corwin at 2005/10/05 14:24
풍운 // 방영중입니다. 시즌 2는.
Commented by 은영 at 2005/10/06 23:17
방영중이라시면, 미국에서 방영중인가요? 오...;; 미국에서 방영중인 드라마가 벌써 자막작업 끝나서 우리나라에 동영상으로 돌아다니다니;; 그 자막도 굉장히 정성을 기울인 듯하던데... 여러모로 고맙고 놀랍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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